SBS 드라마 '산부인과'에서 다운증후군을 소재로 한 편이 논란에 휩싸였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 드라마는 한번도 보진 않았는데(의학드라마, 특히 산부인과에 관심 없기 때문에),
특수한
상황을 일반적인 경우처럼 표현하게 되어 오해를 불렀다고 한다. 그에 대해
제작진이
사과문을 올렸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그런데 기사 중에 애매한 표현이 있어
드라마
홈페이지의 사과문을 찾아 보았다.
의아했던 부분은 바로 이것이었다.
서울신문 : '산부인과', 다운증후군 논란 사과
그러나 제작진은 "의학이 발달한 요즘 이러한 상황은 예방이 가능하다"며 "다만 드라마에서는 극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 윤진이 이러한 가족력을 숨기고 뒤늦게 대처하는 것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을 예방'하는 건 대체 무엇일까? 어떻게 예방하느냐는 방법론적인 의문이 아니라, 예방하는 상황이란 게 뭔지 내가 파악을 못했다는 뜻이다.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라) 특수한 염색체 이상의 다운증후군 아이를 임신하는 상황을 예방하는 것? 설마 다운증후군 아이를 낳지 않는 법은 아니겠지.
드라마 홈페이지에 제작진이 올린 사과문을 보면, 전자가 맞다. 그리고 그 방법은 '시험관임신'이란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엄밀히는 자연임신을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뭔가 좀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SBS 산부인과 : 시청자여러분께 드리는 사과의 말씀
이 드라마가 어떤 입장을 가진 드라마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의학 드라마에 별 관심이 없고(미드 하우스는 의학 드라마라기보다 미스터리 드라마 같아서 가끔 본다), 특히나 산부인과라니, 응급상황의 드라마틱함을 떠나서 윤리적으로 걸리는 주제들이 너무 뻔해서 앞으로도 안 보기는 하겠지만, 드라마의 입장이 궁금하긴 하다. 요즘 하도 저출산과 낙태 문제로 시끄러운 듯해서.
때마침 얼마 전에 가이도 다케루의 미스터리 소설 《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을 읽었는데, 몇 가지 생각해볼 만한 이슈들이 있었다. 일본 역시 저출산 문제로 고심하고 있고, 지역간 의료 불균형 문제도 만만찮다. 그러나 역시 내게는 그닥 가까운 문제 같지 않아서 깊게 생각하기를 말았는데, 의학이 무시무시하게 발달한 오늘날에도 여전히 1,000명의 신생아 가운데 4명이 죽는다, 전체 임신 가운데 20%가 의학적으로 정상 임신이 아니다라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암튼 요즘 저출산 문제로 정부에서 이상한 아이디어를 자꾸 내놓는 것 같다. 솔직히 나는 그런 것들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최소한 내게는, 생존에 크게 걸리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수를 써도 어차피 지금 못 낳는다고. 그래, 핍박해 봐. 근데 내가 그런다고 애를 낳을 '수' 있을 것 같니?
실은 늘 그걸로 논쟁하는 거 같은데, 정부는 사람들이 못 낳는 게 아니라 안 낳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상한 방식으로 핍박하는 거고, 사람들은 안 낳는 게 아니라 상황상 못 낳는 거라고 아우성친다. 그러나 정부의 방식이 성공할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상대적으로가 아니라 절대적으로 낳을 수 없는 사람들을 어떡할 건데? 아이 생산이 불가능한 사람들(의학적으로라면 불임 부부, 사회적으로라면 비혼자)의 존재 그 자체가 정부가 어떤 일반적인 해결책을 전체 대상 국민에게 강요할 수 없게 만드는 게 아닐까?